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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대한민국 교육부 장관 불쌍하다!

대한민국 교육부 장관 불쌍하다!

기사입력 2003-12-18 00:00 |최종수정2003-12-18 00:00
[한겨레] 교육부 마피아들의 ‘뺑뺑이 돌리기’에 망가지다 허망하게 떠나기 일쑤 “장관은 파리 목숨, 관료는 철밥통….” 대한민국 교육부 장관은 입각하고 나서 왜 상처투성이가 되어 퇴진하는가. 교육부 마피아들의 조직적인 장관 괴롭히기를 고발한다.


그 들은 왜 망가졌을까. 왜 교육개혁을 외치며 입각한 교육부 ‘수장’들은 하나같이 ‘불명예 퇴진’의 쓴맛을 봐야 했을까. 최근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경질설이 나돌면서 그동안 개혁 성향의 교육부 장관들이 조기 퇴진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해찬·문용린·한완상씨 등 개혁성이 강한 장관들이 제 임기를 못 채운 데 이어 입각 초기에 시민단체들의 지지를 받았던 윤덕홍 부총리도 9개월 만에 낙마할 위기에 처했다.

교육계 인사들은 이런 현상의 주범으로 교육부의 배타적 관료주의를 지목한다. 보수성과 조직이기주의로 무장된 일부 고위 관료들이 개혁을 거부하는 차원에서 ‘장관 흔들기’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특성상 대학교수 출신이 많이 장관으로 임명되는데, 이들은 생전 처음 접하는 관료주의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어떻게 길들일까, 어떻게 부려먹을까” 김병옥(66) <새교육신문> 편집국장은 “장 관이 새로 임명되면 ‘어떻게 길들여서 어떻게 부려먹나’를 먼저 생각하는 게 교육부 고위 관료들의 못된 습성”이라며 “이런 관료들에게 ‘찍힌’ 장관들은 몇 개월 동안 ‘뺑뺑이’를 돌다가 교육부를 떠나게 된다”고 꼬집었다. 관료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은 장관들은 예외없이 이 ‘뺑뺑이’의 희생자가 됐다.

장관을 ‘뺑뺑이’ 돌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장관의 업무 일정을 빡빡하게 짜는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각종 외부 모임에 참석하도록 일정을 짜서 장관이 주요 정책을 ‘심사숙고’할 기회를 막는다. 김 국장은 “휴일도 없이 일정을 빡빡하게 짜는 바람에 장관은 자기 자리에 앉아서 차분히 정책을 검토할 시간이 없다”며 “결정은 국장들이 내리고 장관은 발표만 한 정책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김대중 정권 때의 어떤 장관은 자기가 결재한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TV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던 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